“유민아, 진짜 아무것도 묻지 말고 나 한 번만 믿어줘. 내가 이 모든 일 다 수습할게.”
“이 일에 수습을 하고 말고 할 게 뭐가 있는데. 설마 내가 모르는 일이 더 있는 거야?”
“내 개인적인 문제야. 사랑한다고 해서 모든 걸 다 알 필요는 없잖아.”
이한은 울컥한 얼굴로 아랫입술을 한 번 깨물더니 눈을 부릅떴다. 습기 찬 목소리와 달리
커다란 눈엔 물방울 하나 맺혀있지 않았다. 오히려 이한은 세상에 화가 나있는 것 같았다.
혹은 버거운 자신의 운명에 대해 화가 나있거나.
- 305p
추리, 미스터리 작가인 유민은 중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톱스타 이한과 비밀 연애 중이다. 대중적으로나 연인으로나 완벽한 사람이다. 너무 다정하다 못해 가끔은 집착으로 느껴지는 그의 사랑이 유민은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이한과 달리 자신이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하는 유민은 새로운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돌아가신 할머니 댁에서 머물기로 한다.
조용한 시골 마을, 할머니의 마늘밭 잡초를 정리하던 유민은 의문의 돈뭉치를 발견한다. 돈의 주인은 놀랍게도 연쇄살인범 장수혁이었다. 유민의 연인 이한의 큰 아버지이자, 이한의 아버지를 살해한 인물이기도 하다. 마주쳐서는 안 될 인물과의 조우는 유민의 일상을 송두리째 뒤흔든다.
장수혁에 의해 아버지를 잃은 이한은 그와 대면하여,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말한다. 이한이 그로 인해 인생이 망가지고, 괴로웠던 걸 알기에 유민은 경찰에 신고하기보다, 이한과 함께 장수혁이 마늘밭에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유민은 이한이 장수혁을 해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과거 장수혁을 담당했던 형사 신재범에게 연락한다. 그리고 신재범으로부터 이한이 끝내 숨기고 싶어 했던 비밀을 듣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