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분들을 위한 힐링 소설 두 편   피키스토리 구독자분들 안녕하세요. 가을날 잘 보내고 계신가요? 이제 슬슬 가을이 되는 구나, 가을 바람을 느끼기도 전에 10월의 마지막 주가 찾아오고 있네요. 얼마 전 설악산에는 첫 눈도 내렸다는 걸 보니, 곧 겨울이 올 것 같아요. 
  계절에 적응을 못해서 그런지, 요즘 '계절성 우울감'을 느끼시는 분들이 많다고 하네요. 바람도 차갑고, 또 올해도 이렇게 가는 구나 하며 지나온 시간을 실감하는 것 같아요. 이럴 때 센치해지기 보다는 따뜻한 힐링물 소설을 보시면서 기온을 올려주는 걸 추천드립니다. 
  <기억을 예쁘게 고쳐드립니다>와 <교문 앞에서 기다리는 일>은 '벌어진 상처를 좋은 기억으로 메꾸는 이야기'입니다. 부디 두 작품이 볕 좋은 날, 공원에서 힐링하는 기분을 주었으면 좋겠네요. 모두 감기 조심하시고, 독감 주사도 꼭 예방하시고요! 얼마 남지 않은 가을 잘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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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을 예쁘게 고쳐드립니다 
  
저승에서 오랫동안 
환승을 꿈꿔온 할머니 삼덕 
  
한 저승사자로부터 이승에 남아있는 
영혼을 저승길로 인도하면 
환생시켜주겠다는 제안을 받는다.   
  
죽은 자의 물건을 통해 
안 좋았던 기억을 고쳐주는 
'영혼 만물 수선집' 주인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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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의 시간으로 새벽 3시가 넘은 시각, 사람 하나 다니지 않는 주택가 사이에 차려진 수선집 앞에 바람과 삼덕이 나란히 섰다. 이들 눈에는 수선집으로 보였지만, 살아있는 자의 눈에는 수선집이 아닌, 먼지로만 가득한 폐업 점포로 보였다. 저승에서 만들었기에 큼지막하고 화려한 조명과 주변에 보랏빛 연기 같은 거라도 스멀스멀 올라올 줄 알았건만, 상상과는 달리 나무 소재로 된 벽면에 소박하고 아늑한 외관이었다. 삼덕이 한 발짝 멀어져 불 꺼진 수선집 간판을 올려다보곤 크게 적힌 ‘영혼 만물 수선집’ 글자 아래에 있는 작은 문구를 읊조렸다. “기억을 예쁘게······. 고쳐드립니다!” 
- 기억을 예쁘게 고쳐드립니다 中 
  
   
  “박삼덕 할머니, 환생은 또 탈락이십니다.”   저승의 대기실. 14년째 환생 신청에 낙방 중인 할머니 삼덕은 나이 때문에 매번 밀려나고, 이생에서의 기억도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이승에서 대형 재난 사고가 발생하고 저승으로 인도해줄 인력이 부족해진다. 상급 저승사자 바람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할머니, 같이 ‘환생 프로젝트’ 하실래요?” 
  이승에 ‘영혼 만물 수선집’을 열어 영혼들의 소중한 물건과 기억을 고치면, 환생을 시켜주겠다는 제안. 삼덕은 주름진 손으로 계약서에 도장을 꽝 찍고, 세상에서 제일 특별한 수선집 주인이 된다. 
  수선집은 죽은 사람들에게만 보인다. 낡은 곰인형이 있는 소박한 공간, 30개의 투명 상자. 물건 하나 고칠 때마다 영혼 하나가 저승으로 간다. 목표는 30개. 갖가지 사연을 품은 영혼들이 찾아온다. 문제집, 향수, 옛 재킷… 물건마다 눈물과 웃음이 번갈아 깃든다. 삼덕은 서툴지만 따뜻하게 기억을 수선해나간다. 하지만 수선집의 문이 열릴 때마다, 잊고 있던 이승에서의 기억이 되살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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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문 앞에서 기다리는 일 
  
  
자유로운 싱글로 살던 도현은 어느 날, 
갑작스러운 전처의 사망으로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딸 채아를 키우게 된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란 쉽지 않고 
온통 엄마들뿐인 학부모 세계에서 
적응하기도 힘들다. 
  
결국 도현은 여러 상황이 겹치면서 
육아휴직을 선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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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진짜 쉬게?” 상우의 놀란 목소리가 커졌다. 도현은 목소리를 좀 낮추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쉬다니, 애 키우러 들어가는 거지. 휴직이라고 그게 쉬는 건 줄 알아?” “애는 아침에 학교 보내잖아. 빨래야 세탁기가 할 거고, 설거지는 식세기가 할 거고, 그럼 집에서 쉬는 거지. 
그래도 회사에서 돈 좀 나오지 않나? 와, 애 키우면 이런 게 좋구나.” 이건 도대체…장난이야 진심이야? 원래 서로 거리낌 없이 말하는 사이기는 했지만, 그때만큼은 정말이지 녀석의 머리통을 한 대 후려치고 싶었다. 이 자식은 대체 그동안 뭘 본 거야? 혼자 애 키우느라 그 난리인 걸 옆에서 봤을 텐데도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걸 보면, 확실히 인간은 자기가 겪어보지 않고서는 모른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참자, 이놈이 몰라서 그래, 몰라서. 아니면 그냥 장난일 거야. 도현은 어금니를 꽉 깨물며 대꾸했다. “그래, 쉬면서 돈 받으니까 좋다 임마.” 
- 교문 앞에서 기다리는 일 中 
  
 
   
  이도현, 잘나가는 돌싱 남자. 대기업 보험 회사에 다니면서, 제일 큰 걱정이 회식 메뉴였던 그의 인생이 송두리째 뒤집힌다. 전처 해수의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그는 여덟 살 딸 채아의 ‘보호자’가 되어버렸다. 아이에 관한 건 모두 전처의 몫이었기 때문에, 도현은 아이와 시작하는 일상이 낯설게만 느껴진다.  
  아침마다 등교 전쟁이 벌어진다. 식어버린 달걀프라이와 엉킨 머리카락, 빨리 움직이라고 해도 애는 요지부동이다. 베이비시터를 구했지만, 손길이 닿지 않을 수는 없다. 회사에서는 피곤해서 멍해지고, 학부모 총회에서는 명품 가방 든 엄마들 틈에 껴 유일한 아빠 학부모로 서 있는 자리가 불편하다. 집안 일과 회사 일이 엉망이 되어가던 그때, 회사 프로젝트 리더로 있던 자리도 위태로워 진다. 
  운명은 참 못되게도, '회사에 피해주지 말고, 애나 보라고.' 과거에 상처 줬던 전 동료 민정까지 같은 반 학부모로 다시 등장한다. 단톡방에서는 도현을 제외한 엄마들의 수다 폭풍이 몰아친다. 채아 또한 엄마를 잃고 낯선 집에 아빠와 생활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 어느 날 도현은 베이비 시터에게 개인 사정으로 일을 그만둔다는 통보와, 채아의 불안 증세가 깊어보이니 심리 치료를 받아보는 게 어떻겠냐는 권유를 받는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적응하지 못하는 채아를 보며 본인만 힘든 게 아니었다는 걸 깨닫는다. 도현은 회사 프로젝트 리더 자리를 관두고 결국 도현은 육아 휴직에 돌입한다. 도현은 본격적으로 채아의 주 양육자인 아빠가 되기로 노력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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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을 예쁘게 고쳐드립니다』, 『교문 앞에서 기다리는 일』 
원고가 궁금하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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